상업용 부동산 기업 JLL는 AI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서비스’형 비즈니스모델을 수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 및 데이터 인프라를 마련하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위주의 업무 환경이 된 시대, 도시의 고층 빌딩과 오피스 파크는 전보다 사용하는 사람이 적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기업인 JLL은 기술을 수용하고 적응하여 사업의 성장세가 떨어지지 않게 대비하고 있다.
미 시카고에 본사를 둔 상업용 부동산 기업 JLL은 20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기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 쇼핑몰 관련 창고 운영 업체, 웬디스 같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처럼 고성장 분야의 기업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설 관리 기술을 개발하고 지속가능성 관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JLL은 많은 클라우드 및 데이터 센터 운영자에게 시설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 주목할 기술이 바로 ‘카본 패스파인더(Carbon Pathfinder)’다. 카본 패스파인더는 SaaS 또는 전문 서비스 기능 일부로 이용할 수 있는 AI 기반 지속 가능성 소프트웨어 설계 도구다.
과거 스텁허브(StubHub)에서 CTO로 일하다 JLL 테크놀로지(JLL Technologies)의 CTO로 합류한 야오 모린(Yao Morin)은 “AI는 분명 타사와 비교되는 JLL의 핵심 차별화 요소다. 또한 지속 가능성은 JLL 기술 개발에서 주요한 동력을 제공한다”라며 “기술 영역을 살펴볼 때 JLL은 타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보다 훨씬 앞서 있다”라고 설명했다.
모린은 “JLL은 AI 기술과 데이터를 가지고 있기에 필요한 투자 종류, 규정, 건물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요소를 이해할 수 있다. 카본 패스파인더로 다른 어떤 회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는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JLL의 강점은 광범위한 임대 및 판매 중개 서비스 포트폴리오와 재무 보고, 에너지 사용, HVAC 규정 준수를 위한 도구를 개발한 기술 서비스 부문에 있다. 실제 모린도 “JLL은 매우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모린은 JLL 기술 부문에서 약 1,000명의 IT 관련 직원을 직접적으로 감독하고 있다. JLL은 총 2,000~3,000명 정도의 전체 직원이 JLL의 소프트웨어를 개발, 판매 또는 서비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제공업체로 전환하기
모린은 시설 관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는 JLL의 움직임은 어려운 시기에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게 해준 확장된 비즈니스 모델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JLL은 JLL 테크놀로지스(JLL Technologies)라는 별도의 자회사를 두기도 했다. JLL 테크놀로지스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추구하고 있어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하는 동시에 외부 SaaS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고 기술을 가져오고 있다.
JLL는 기술 제공업체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AWS,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Google Cloud Platform), 마이크로소프트 애저(Microsoft Azure)를 사용해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했다. 또한 데이터 저장을 위해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를 이용하고 AI 모델을 활용하기 위해 애저 AI(Azure AI) 및 데이터브릭스(Databricks)를 도입했다.
모린은 이러한 AI의 발전이 기존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등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보았다. 모린은 “JLL은 AI와 생성형 AI를 최대한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매우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JLL은 테이블 형식의 정제되고 구조화된 데이터를 사용하여 고전적인 AI 모델을 개발해 왔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모델은 JLL이 관장하는 지역 84개 내 고객 관련 임대료 및 임대 조건을 통합해 준다. 현재 JLL의 IT 전문가들은 알고리즘을 훈련하여 임대차 계약에서 가장 구조화된 데이터를 추출한 다음 해당 데이터를 AI 모델에 입력하고 있다.
생성형 AI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JLL은 구조화된 데이터뿐 아니라 모든 유형의 데이터를 통합하며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한다.
모린은 “JLL은 임대차 및 계약서, 다국어로 이루어진 수십장의 법적 문서들을 처리하는데, 지금까지는 해당 데이터를 통합하기가 어려웠다. 이제는 생성형 AI와 LLM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 생성형 AI와 LLM을 사용하면 따로 작업할 필요 없이 매우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다른 언어를 직접 처리할 수 있다. 그저 생성형 AI 모델에 임대차 계약 정보를 주고 모든 정보를 스스로 추출하도록 요청하기만 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모린은 생성 AI를 ‘매우 혁신적인 기술’로 보고 있으며, 개발자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효율성과 JLL이 이룰 수 있는 목표를 확장할 것이라고 언급한다. 모린은 “생성형 AI는 우리가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한 판도를 완전히 바꿔 놓았다”라고 말한다.
JLL은 이제 막 생성형 AI와 LLM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JLL은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비즈니스 경영진에게 고객 데이터를 보호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과 사용할 수 없는 것을 정의하는 방법에 대한 지침을 발표했다.
JLL의 핵심 비즈니스가 부동산이다 보니 최근 원격 근무로 전환되는 문화는 JLL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자연스레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 외에도 JLL은 다른 상업용 부동산 중개업체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잠재 고객을 찾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JLL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2023년 현재까지 미국에서 코로나 이전 수준과 비교한 실제 건물 사용률은 45%~65%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JLL은 많은 면적을 필요로 하는 클라우드 및 데이터 센터 운영자와 같이 높은 성장을 경험하고 있는 상업 부문을 목표로 삼았다.
모린은 “상업용 부동산의 고객은 매우 다양하다. JLL은 급성장하고 있는 데이터 센터 운영 기업, 병원, 과학 단지, 전자상거래 기업의 건물 매매를 돕고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와 같은 데이터 센터 산업은 성장하고 있다. 특히 AI의 여파로 데이터 센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한다.
JLL은 또한 팬데믹 기간 증가한 시설 관리 아웃소싱 수요가 높은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도 재택근무 및 하이브리드 업무 등 기업의 업무 환경이 유연하게 변하기 때문에 계속 해당 수요가 유지될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다.
모린은 “구글과 페이스북은 시설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 외주를 주고 있으며 그 업무를 JLL이 담당하고 있다. 화장지를 갈아주거나 직원들을 위한 간식과 커피가 충분한지 확인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실제로 가트너는 상업용 부동산 업계가 팬데믹 이후의 수요와 새로운 기술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해 비즈니스 모델을 조정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트너의 애널리스트 자넬 에버리는 “지난 20여 년 동안 자본 시장에서는 유형 자산 및 무형 자산 모두 큰 변화가 있었다. 제조업과 유형 자산 집약적 기업들이 무형 자산을 통합하기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에버리는 상업용 부동산 대기업이 시설 관리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더 많은 ‘서비스형’ 제품을 통합하는 것을 보면서 JLL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고 밝혔다.
에버리는 “데이터 센터 및 전자 상거래 창고 사업의 경우 자체적인 수요 뿐만 아니라 거시적 부동산 상황에 의해 변화되기도 한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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