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이고 명확한 방향성이 부족하거나 돈만 낭비하는 결론을 얻고 싶어하는 회사는 없다. 회의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기업 문화부터 바꿔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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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는 오늘날 직장 문화에서 가장 아이러니한 것 중 하나다. 이유가 뭘까? 자부심이 있는 회사라면 비효율적이고, 뭔가 뚜렷한 초점도 목적이나 방향도 없으며, 한 번에 수천 달러를 써도 성과가 없는 회의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말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전세계의 기업들이 직원들로 하여금 생산성이 전혀 없는 회의에 시간을 허비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다시 말해,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에 상응하는 대가가 없는 그런 회의다.
경영컨설팅 회사인 워킹 심플리(Working Simply)의 창업자이자 대표로 <워크 심플리(Work Simply)>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한 카슨 테이트는 “기본적으로 회의에서 성과를 일궈내지 못하는 것은 문화적인 문제다. 이는 피로감을 초래한다. 그리고 이런 피로감은 직원 유지 및 이직 문제로 이어진다. 인재들의 역량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직원들이 회의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도 (또 다른 회의 외에는) 어떤 결과도 일궈내지 못한다면, 이런 현상이 기업의 문화로 자리잡게 된다.
문화 바꾸기
테이트에 따르면, 큰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문제의 깊이와 넓이를 파악하는 것이다. 일단 회의에 투자하는 시간, 기타 업무에 투자하는 시간을 기록한다. 그리고 금전적 비용(참고: 회의 원가 계산기)과 직원들의 시간 투자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는 업무를 가지고 회의의 비용을 판단한다.
테이트는 “회의 중심의 문화가 초래하는 파급 효과와 비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팀원들을 조사해본다. 계속해서 발송시간이 새벽 2시를 가리키는 이메일을 받고 있나? 다른 업무에 역량과 시간을 투자하는 게 더 나은 많은 임원들이 정기적으로 참여하는 회의가 있는가? 이들이 회의에 투자한 시간, 에너지, 돈으로 성과를 일궈내고 있는가? 이 모든 것을 파악해야 변화를 추진할 수 있는 법이다”고 강조했다.
불완전한 문화
다음은 회사의 문화가 불완전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후 ‘깊이 숨을 들이 쉰 후’ 3단계로 나아간다. 더 나은 문화를 구현하기 위한 변화에 몰입하는 것이다. 4단계가 가장 어렵다. 변화를 구현할 단계적 방법을 고안해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자적으로 하든 워킹 심플리 같은 컨설팅 회사에 맡기든, 변화를 계속 추진해 나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회의 전략과 전술을 도입해 활용해야 한다.
테이트는 “회의 운영 방식에는 회사의 문화가 고스란히 들어가 있다. 또 다른 회의를 계획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식은 말이 안 된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출발점으로 삼고, 기술 활용 방식과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참여할 사람의 수, 회의 장소, 시간 등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시방편으로 상처에 반창고를 붙이는 식으로 대응했다가 결국 응급실을 찾게 되는 신세가 된다”고 말했다.
스스로 구현하고 싶은 변화
직원 각자가 간단한 몇 가지 행동을 실천해 회의 중심의 문화에서 탈피하려는 조직의 행동, 더 큰 문화적 변화 구현에 기여할 수 있다.
테이트는 “가장 먼저, 참석을 요구 받은 회의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묻는다. 이 회의를 ‘수용’할 수 있는지 결정하기 전에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이 회의의 투자 수익은 뭘까?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했을 때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내가 회의에 참석하면 어떤 가치가 창조될까? 무엇을 기여하는 것일까? 지난 회의가 다시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테이트는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을 때 실망할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질문도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회의에 참여하지 않았을 때, 이를 반기지 않을 사람을 파악해야 한다. 이에 관해 아주 확실하게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업무에 최대한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게끔 시간을 최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일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실망시키는 것은 아닐까? 경영진을 실망시키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직속 상사? 부하 직원? 나 자신? 회의 참석과 결석이 ‘사내 정치’와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기업에 아무런 가치가 없다. 이런 경우 ‘그 회의에서는 제가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회의보다는 X, Y, Z라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나을 듯싶습니다’라고 회의 참석을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스스로와 동료, 상사, 부하 직원 모두에게 회의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회의가 의무적일 때 더욱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기업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다.
‘반드시 회의가 필요한 경우’
컨설턴트 겸 개인 생산성 강사로 활동하면서 <아주 중요한 회의: 효과적인 대화를 위한 8가지 전략(Meetings Matter: 8 Powerful Strategies for Remarkable Conversations)>이라는 책을 출간한 폴 액스텔은 “회의가 유용하지 않거나, 회의에는 생산성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올바른 방식으로 회의가 이뤄져야 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인식의 변화
제대로 된 회의란 어떤 모습일까? 제대로 된 회의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회의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다. 많은 ‘의견’이 있지만 성과는 거의 없는 ‘필요악’에서 문제 해결에 목표를 둔 집단의 대화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액스텔은 “꼭 회의를 열어야 한다면, 가장 먼저 회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 지루하고 두려운 회의가 되어서는 안 된다. 회의는 기본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사람이 대화를 갖는 것이다. 따라서 회사 내 인재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존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과 대화 능력 가르치기
회의의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대다수 회의 참석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액스텔은 엔지니어와 애널리스트, 기타 기술 전문가가 많은 IT산업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개 발표나 커뮤니케이션에 뛰어난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가르쳐, 직원들이 한층 자신 있게 효율적이면서도 간결하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교육 및 직업 개발 과정에 투자해야 한다.
엑스텔은 “직원들은 전문 분야 외에 대화에도 능숙해야 한다. 그런데 대다수는 ‘어떻게 대화를 시작해야 할까? 어떻게 요점을 말해야 할까?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은 뭘까?’라는 역량을 발전시킬 생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역량 중 하나는 경청이다. 이것도 학습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작지만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회의
커뮤니케이션을 효과적으로 촉진하고, 참석자 전원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회의 규모를 작게 만들어야 한다. 4~5명 정도가 참석하는 회의는 친밀감을 높이고, 서로 경청, 대화, 해결책 제시를 할 기회가 더 많으며, 의견 불일치 또한 더욱 매끄러우면서도 전술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액스텔은 “4~5명 정도의 회의가 진정성과 개방성, 진솔함이 높다고 말하는 고객사가 많다. 규모가 큰 회의에서는 안도감을 느낄 만큼의 친밀감이 형성되지 않으며, 좋은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솔루션이 묻힐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또 4~5명 규모의 회의에서 관련 없는 주제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핵심 문제와 사안만 다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안건’ 고수
작은 규모의 회의에서도 ‘궤도를 이탈하기’가 쉽다. 해당되는 사람들만 참석한 회의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와 사안에만 초점을 맞춰 대화를 진행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아젠다 기획과 고수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액스텔은 “안건이란 문제 해결에 도달하는 과정이다. 안건의 근원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과 일정 아래 특정 성과를 일궈내는데 목표를 두고 대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생산적인 회의에 필요한 ‘POWER’
테이트는 POWER라는 약어에 뿌리를 둔 전략을 주창하고 있다. Power는 Purpose, Outcomes, Who, Execution, Responsibility를 뜻한다.
Purpose (목적)
회의의 근거다. 회의를 갖기 앞서 그 목적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참석자를 결정해야 한다. 또 회의의 목적을 더 큰 전략적인 비즈니스 우선순위와 맞추는 것이 좋다.
Outcomes (결과)
회의를 끝내고 일궈내야 할 결과는 무엇일까? 의사결정을 위한 회의인가? 그렇다면 주어진 시간에 회의를 끝냈을 때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테이트는 “직원 휴가와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는 회의라고 가정해보자. 반드시 결론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Who (대상)
참석 대상자를 결정하는 것은 물론, 참석자가 준비해야 할 ‘과제’를 할당해야 한다. 테이트는 “해당 회의에 참석, 여기에서 다룰 사안과 주제에 관한 데이터, 배경 정보, 정황 정보를 제공할 사람들을 결정해야 한다. 참석자는 단체 회의에서 의사결정에 도달할 수 있는데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ecution (실행)
회의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결정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러다 회의 도중 문제부터 해결책까지 각 참석자가 해야 할 역할이 규정되면서 결정된다. 이를 통해 회의 참석자에게 회의 후 해야 할 행동과 과업을 할당할 수 있다.
Responsibility (책임)
회의가 종료되기 전까지 각 참석자에게 책임을 이해시키고, 앞서 ‘실행’ 과정에서 할당된 과업을 완수할 권한을 줘야 한다. 테이트는 “혼자 맡은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사 또는 다른 부서와 함께 후속 업무를 처리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업무를 책임져야 한다. 또 일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
회의가 끊이지 않은 문화를 바꾸기란 쉽지 않다. 단기간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시도할 가치는 있다. 생산성을 높이고,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효율적으로 만들며, 직원들의 몰입도와 사기, 업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구 받으면, 이를 거부하고 어떤 일이 발생할지 지켜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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