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현대 비즈니스의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것은 이미 오래된 이야기다. 그러나 IT에서 가치를 뽑아내는 수준은 기업에 따라 여전히 상당한 격차
매니지먼트 컨설팅, 사용자 만족도 설문 소프트웨어 업체 그린 엘리펀트(Green Elephant)의 설립자이자 CEO인 사이먼 채플로는 그 비밀을 밝히기 위해 한 건의 연구를 기획했다.
채블로와 팀원들은 자사의 연례 사용자 만족도 설문 소프트웨어 펄스(PÜLS)를 활용해 세계 각국의 다양한 직급으로 활동 중인 약 10만여 명의 IT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들이 IT에 가지는 불만에 관한, 그리고 비즈니스의 차원에서 그 불만을 해소하고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낼 방법에 관한 시각을 발굴해냈다. 채플로는 연구에서 배운 핵심에 대해 “기본에 충실 하라”였다고 표현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IT가 비즈니스에 더 많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니즈, 사용자의 만족이라는 두 개념을 항상 활동의 중심에 두고 있어야 한다. 이는 IT가 지원 대상의 욕구를 충족시하고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것과 관련한 문제다. 사용자들이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당신이 소개하는 새로운, 최첨단의, 혁신적인 테크놀로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또 이에 따라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악순환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여기 비즈니스 사용자들이 IT에 가지는 4가지 주요한 불만들과 그것을 해소할 방법들을 소개한다.
1. 기본 장비
그린 엘리펀트의 설문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IT에 가지고 있는 가장 주요한 불만은 하드웨어와 관련한 문제들이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IT 부서의 과업 가운데 컴퓨터, 하드웨어와 관련한 업무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반대로 사용자의 입장에서 컴퓨터 등의 하드웨어는 하루 중 5시간 30분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출처: 미 노동통계국), 매우 중요한 요소다.
채플로는 “사용자의 과반(55%)이 현재 자신들의 기본 업무용 컴퓨터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컴퓨터의 성능과 신뢰도, 그리고 자신들의 니즈와 맞지 않는 주변 기기 등이 사용자들이 지적하는 주된 불만 사항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불만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IT 부서의 입장에선 ‘예산이 부족하다’는 식의 성의 없는 핑계를 대며 얼버무리기 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사용자 한 명 당 약 1만 5,000 달러 선의 IT 예산을 배정하고 있고, 하드웨어 교체 사이클은 3~4 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채플로는 이 사이클이 너무 길다는 점을 지적한다. 직원들에게 더 나은 성능과 신뢰도의 컴퓨터를 지급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대부분의 기업들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한 규모라는 것이 그가 지적하는 바다.
채플로는 “성능이 떨어지는 컴퓨터는 직원들의 업무 경험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기업의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 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 것이다. 이는 기존의 예산을 증액하는 정도의 조치로 간단히 해결 가능한 문제며, 증액된 비용은 업무 생산성 증대, 직원 만족도 및 참여도 개선 등의 효과로 간단히 상쇄가 가능하다. 혹은 교체 사이클을 조금 줄여 사용자들에게 더 자주 새로운 기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도 손쉽게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증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직원 생산성, 만족도 측면의 효익은 즉각적으로 창출 가능한 가치이며, 보다 장기적으로는 IT 사업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효과를 안겨준다. 그리고 이는 향후 IT가 배포하는 최첨단, 혁신적 테크놀로지가 비즈니스 영역에 보다 손쉽게 받아들여져 기업 경쟁력을 재고하는 2차적 효익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채플로는 “사용자들이 IT를 진심으로 신뢰하고 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일상 속에서 사용하는 기기의 수준에서 만족을 주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강조했다.
채플로는 “조직에의 신뢰는 CIO인 당신의 명성에, 그리고 당신이 진행할 모든 활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일반 사용자들의 일상에 대한 지원이 미흡할 경우, 그들은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도 제대로 돕지 못하는 부서가 제안하는 복잡한 테크놀로지가 제대로 된 것이겠어? 새 BI 솔루션이 좋긴 하지, 그런데 당장 내 컴퓨터가 먹통이라고. 저들이 제안하는걸 내가 쓰는 일은 없을 거야. 접속도 안 할거라고’라고 말하며 당신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 BYOD
회사 지급, 또는 개인기기 사용 지원(BYOD, Bring-Your-Own-Device) 어느 방식으로건, 모바일 기기를 지원하는 정책을 세우고 운영하기란 CIO에게 매우 골치 아픈 문제다. 그린 엘리펀트의 설문에서 응답자의 64%는 자신들의 모바일 기기를 관리하는 IT의 지원이 불만족스럽다는(혹은 불충분하다는) 의견을 표시했다. 자신들이 원하는 기능성을 온전히 지원하지 못하고, 정책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게 사용자들이 주로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었다.
채플로는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휴대폰를 지급하고 있지만, 보안 등의 문제로 ‘개인적’ 앱이나 기능의 이용은 제한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사용자들의 불만이 크다. ‘자율성을 보장 한다’며 BYOD정책을 전개하는 경우에는 이와 반대로 모든 설정의 책임을 사용자에게 떠넘기고 어떤 사용이나 통합, 보안 관련 지원이나 문제 해결도 지원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용자들을 당황케 하곤 한다”라고 지적했다.
채플로는 두 태도 모두 적절치 않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비즈니스 사용자들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하고, 그에 기초해 사용자 만족도과 기업 보안 수준, 호환성 수준을 두루 고려한 모바일 기기 도입, 통합, 관리, 유지 정책을 전개하는 것이 IT의 중요한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바일 기기는 사용자들의 제1 기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사용자들은 이를 통해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내고, 기업 애플리케이션에 접속하며, 때론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기도 한다. IT의 책무는 이 모든 활동들이 업무 환경에 통합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들이 번거로운 설정 없이도 기업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되, 배후에서는 보안 수준을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 또 사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지원은 적절히 제공하는 유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3. 지원 센터
그린 엘리펀트의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한 달에 한 번 꼴로 IT 지원 센터를 이용하고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경험한 만족도는 IT를 바라보는 비즈니스의 인식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즉 IT 사업부 지원 센터의 직원과 관리자는 단순한 기술 지원자의 차원을 넘어,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긍정적인 사용자 경험을 창출해내는 사업부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린 엘리펀트의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42%가 지원 센터 직원의 불친절로 인해 불만족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채플로는 “설문 결과와 응답자들의 코멘트를 살펴본 결과, ‘지원 센터의 담당자들이 자신을 귀찮은 존재로 여기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담당자가 너무 바빠 보였다’, ‘응대를 함에 있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등의 의견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CIO와 지원 센터 매니저들은 한 번쯤 스스로에게 ‘우리는 맡은 서비스를 끝까지 제대로 지원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는? 우리의 지원이 사실은 문제를 악화 시키지는 않는가?’라고 질문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채플로는 이러한 문제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IT의 서비스 수준이 ‘평가’의 대상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직원들의 성과가 응대량이나 응대 시간, 문제 해결 시간 등의 기준으로 평가될 경우, 직원들은 지원과 무관한 일상적인 대화는 최대한 자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만 몰두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오히려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평가’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것은 물론 좋은 일이지만, 그것을 생산성이라는 개념으로 단순 치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지원 센터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한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 해결을 통한 사용자 만족도 상승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이제는 단순한 시간과 양이 아닌, 사용자 만족도를 중심으로 한 평가 지표를 고안해야 할 때이다”라고 말했다.
어떤 직원도 ‘오늘 하루도 사용자들에게 불만족스런 서비스를 제공해야지’라는 다짐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평가의 기준이 ‘잘못된’ 경우 이런 문제는 자연스레 발생하게 된다. 채플로는 “지원 센터에서의 불만족스런 경험은 IT 사업부 활동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IT의 전반적인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비즈니스 가치 창출에 실패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우리의 고객사들 가운데에는 서비스 품질을 IT를 평가하는 지표로 삼고 있는 곳들이 이미 있다. 그리고 기업들의 생산성 수준을 비교해보면, 이러한 기업들의 생산성이 보다 뛰어나다. 만약 처리 건수와 응대 시간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으면, 직원들은 자연스레 그것에 집중할 수 밖에 없다. 반대로 사용자들의 만족감과 생산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직원들의 관심과 노력 역시 그 부분에 맞춰지게 될 것이다. 문화의 변화는 이런 노력들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평균적으로 한 명의 사용자가 한 달에 한 건의 지원 요청을 보내온다. 그런데 이 수치가 떨어진다면? ‘업무에 아무 문제가 없어 누구도 전화를 걸지 않는구나!’라고 기뻐할 것인가? 애석하게도 현실적으로 이는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며, 조금 더 깊이 생각해본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IT가 이를 해결할 수 없으리란 생각에 아예 지원을 요청하지 않는’ 반대의 상황을 상상해볼 수도 있다. 당신 기업의 상황이 어느 쪽인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보길 권한다.”
4. 짜증을 일으키는 작은 문제들
이는 사무직 노동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이른바 ‘빈 커피포트’ 문제다. 오후의 나른함을 못 이기고 휴게실로 들어가 커피포트를 집었는데, 커피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난감한 상황 말이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마신 사람이 누구지? 자기가 포트를 비웠으면 왜 다시 채워두지 않은 거야?’ 이런 당황스럽고 짜증나는 상황은 비단 커피포트뿐 아니라 프린터나 프로젝터 등, 사무 공간의 모든 공용 물품과 관련해 일어날 수 있다.
그린 엘리펀트의 설문에 따르면 비즈니스 사용자 가운데 39%가 현재 자사의 공용 자산 상태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며, 많은 경우 그러한 불편의 책임이 IT에 있다고 믿고 있었다.
채플로는 “회의실의 망가진 멀티탭이나 프로젝터, 매번 종이가 걸리고 잉크는 부족하기 일쑤인 프린터 등 공용 설비, 자산과 관련한 문제는 업무 공간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것이지만, 이를 이유로 예산을 증액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렇다고 IT의 입장에선 이 문제를 외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IT의 입장에서 보기에 프린터 관리나 여타 공용 자산과 관련한 책임은 ‘하찮고 귀찮은’ 작업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채플로는 이러한 활동들이 IT의 가장 중요한 고객인, 일반 사용자들에게 사업부의 가치를 증명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채플로는 “강조하지만, IT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비즈니스의 신뢰다. 프로젝터에 노트북을 연결할 수 없어 회의가 지연되거나, 네트워크 불량이나 종이 걸림 등으로 인쇄에 불편을 겪는 등의 사소한 문제들이 쌓이다 보면 IT에 대한 신뢰도는 차츰 하락하게 되고, 비즈니스 사용자들은 IT가 배포하는 솔루션들에도 신뢰를 가지지 않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IT라는 브랜드가 온전히 인정받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가치를 증명하고, 그러한 활동을 기업의 모두가 알 수 있도록 하는 적극성이 필요하다. 공용 자산을 관리하는 등의 활동이 그렇지 않아도 바쁜 IT 인력들에겐 번거로운 일과로 다가올 수는 있으나, 이를 통해 얻어지는 사용자들의 지지와 호응의 가치는 그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 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러한 활동들은 명확한 투자수익률(ROI, Return On Investment)을 측정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들을 간과할 경우 발생하는 전반적인 생산성과 참여도, 만족도의 저하는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는 게 채플로가 강조하는 바다.
그는 “자신들을 바라보는 비즈니스의 부정적인 시선을 바꾸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그들이 일상적으로 원하는 기본적인 바들을 충족해주고, 그들에게 가시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 없이 ‘저들은 IT 사업부가 프린터 수리하는 곳인 줄 아나, 우린 전략적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기에도 정신 없다고!’라는 식의 불만을 가지는 것은 아무 쓸모도 없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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