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코타나(Cortana)’를 기억하는가? 한때 알렉사(Alexa), 시리(Siri),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와 경쟁했고, 이를테면 스마트 홈 제어, 음악 재생, 날씨 및 뉴스 확인 등의 일상적인 업무를 도와주던 마이크로소프트의 디지털 비서를 기억하는가?
이것은 옛날이야기가 돼 버렸다. 윈도우 11 컴퓨터에 ‘헤이 코타나(Hey Cortana)’라고 말해도 대답을 들을 수 없다. 디폴트로 꺼져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코타나가 거의 죽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는 큰 계획을 가지고 있다. 단지 이 제품이 처음 출시됐을 때와 상당히 달라졌을 뿐이다. 이 회사가 ‘코타나의 미래’에 관해 평소답지 않게 조용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 있다. 여기서는 이 디지털 비서의 과거, 현재, 미래를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간략하게 알아보는 코타나의 역사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는 음성 명령에 반응하는 AI 기반 가상 비서다. 윈도우 10과 윈도우 11에서 앱으로 제공되며, 마이크로소프트 365 생산성 소프트웨어에서 사용자의 업무를 지원한다. 하지만 처음에는 이렇지 않았다. iOS의 시리, 안드로이드의 구글 나우(Google Now)처럼 질문에 답하고, 간단한 작업을 수행하며, 추천을 하도록 설계됐던 코타나는 2014년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이 아닌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패한 윈도우 폰(Windows Phone) 운영체제의 버전 8.1에서 처음 등장했다.
개발 코드명인 코타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기 비디오 게임 시리즈 헤일로(Halo)의 여성 인공지능 캐릭터 이름을 따온 것이다. 당시 공식 명칭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前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관리자 샌딥 파루추리에 따르면 스티브 발머는 2014년 코타나가 공개되기 전 마이크로소프트를 떠났지만 코타나 팀을 위한 그의 작별 선물이 있었다. 이름을 ‘빙고(Bingo)’로 바꾸도록 한 것이었다. 하지만 제품팀은 발머가 떠나기를 기다렸고, 차기 CEO 사티아 나델라는 이를 코타나라는 이름 그대로 출시했다.
파루추리는 코타나의 다음 버전 개발 때부터 이 제품이 궤도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그는 빅벳(Big Bets)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 폰 팀을 윈도우 팀과 통합하면서 점점 더 많은 제품 관리자가 코타나 개발에 참여하게 됐고, (이에 따라) 수많은 회의 때문에 진행 속도가 느려졌으며, (원래 제품팀이 초점을 맞추고자 했던) 스마트폰 기반 비서로서의 코타나가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코타나는 윈도우 PC와 엑스박스(Xbox) 게임 콘솔에 이식됐고, 결국 코타나라는 브랜드가 인공지능 또는 머신러닝과 관련된 모든 회사 프로젝트에 적용됐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 윈도우 10뿐만 아니라 iOS 및 안드로이드 기기와 엑스박스 게임 콘솔용 코타나를 출시했다. 윈도우 10에서 코타나는 윈도우 설치 과정의 일부였고, 몇 년 동안 윈도우 검색 상자에 직접 통합돼 있었다. 말을 하거나 타이핑을 통해 컴퓨터 또는 웹 검색을 할 수 있었고, 결과는 코타나 창으로 제공됐다. 검색 외에도 코타나에게 질문을 하거나 일정 추가, 알림 및 목록 생성, 컴퓨터에서 앱 열기, 날씨 및 최신 뉴스 확인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컴퓨터, 게임 콘솔, 모바일 기기를 넘어서는 디지털 개인 비서에 관한 더 큰 계획이 있었다. 이를테면 스마트 홈을 제어하고, 일상생활에 도움을 주는 스마트 스피커에 내장되며, 회의 일정 예약/정보 검색/항공권 예약 등 개인과 기업을 위한 수많은 ‘스킬’로 강화되는 등 아마존의 알렉사가 하는 모든 일을 코타나가 수행하길 원했다. 이런 영역에서 알렉사는 코타나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알렉사의 성공에 편승하기 위해 2017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에서도 이러한 알렉사 기능을 호환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아마존과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조치에도 코타나는 성공하지 못했다. 소비자와 기업들은 그냥 관심이 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막강한 시장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코타나를 스마트 스피커에 탑재한 회사는 하만 카돈 인보크(Harmon Kardon Invoke) 한 곳뿐이었다. 그마저도 2017년 10월 출시 이후 구매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고, 가격은 200달러에서 100달러로 반값이 됐다. 2018년 1분기 기준 구글 비서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는 320만 개, 알렉사가 내장된 스피커는 280만 개가 팔렸지만 코타나 스피커의 판매량은 너무 적어서 측정할 수 없었다고 캐널리스는 밝힌 바 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바일 플랫폼이 사라지고 있었다. 윈도우 10과의 상호운용성을 위해 2015년 초 ‘윈도우 10 모바일(Mobile)’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한 이 운영체제는 앱 개발자 또는 최종 사용자 측면에서 모두 안드로이드 및 iOS와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 회사는 2017년 윈도우 모바일 개발을, 2020년 초 해당 OS 지원을 중단했다. 코타나가 가장 유용하다고 주장했던 플랫폼이 없어져 버린 것이다.
코타나는 여전히 윈도우 10에 많이 설치돼 있었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가상 비서를 엣지 브라우저, 오피스 365/마이크로소프트 365, 스카이프, 팀즈, 다이나믹스 365, 애저 등 자사 비즈니스 서비스 및 생산성 앱과 통합했다. 심지어는 소비자와 기업이 코타나의 기능을 확장할 수 있는 코타나 스킬 키트(Cortana Skills Kit)도 제공했다.
그럼에도 코타나는 사용자 또는 기업 고객 기반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10년이 지나고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면서 코타나는 난도질당해 죽어가고 있는 듯했다. 2019년 코타나는 윈도우 검색에서 분리됐고, 그해 여름에는 엑스박스 플랫폼에서 퇴출됐다. 2020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를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개인 생산성 비서’로 재포지셔닝하면서, 음악 및 스마트 홈 제어 등 여러 소비자 ‘스킬’이 제거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후속 윈도우 10 릴리즈에서 코타나는 윈도우 검색과 완전히 분리됐고, 현재 별도의 앱으로 실행된다. 아울러 2021년 3월 하만 카돈은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새 인보크 스피커뿐만 아니라 기존 스피커에서도 코타나를 제거했다. 그리고 그달 말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의) iOS 및 안드로이드 앱 또한 중단했다.
아울러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타나가 제공하는 정보의 품질과 유용성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2021년 8월 컴퓨터월드(Computerworld)의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이 시작된 지 1년 반 동안 코타나는 코로나19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건강 정보조차 제공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에 관한 허위 정보도 구분하지 못했다.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지, 코로나19 백신이 효과가 있는지, 코로나19 백신이 사람들에게 마이크로칩을 이식하는지 등을 질문하면 코타나는 “죄송하지만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거나 무응답으로 대응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상당 부분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몇 년 동안 코타나를 열외로 취급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2021년 10월 윈도우 11을 출시했을 때 이 새로운 운영체제에서 기본적으로 코타나를 차단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단, 원한다면 찾아서 켤 수 있다).
이것이 간략하게 살펴본 지금까지의 역사다. 현재의 코타나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처음 계획과 비교해보면 많은 기능이 사라지고 무력화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 의하면 코타나는 필수적인 비즈니스 도구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현재 그리고 미래에 코타나를 활용하는 법
코타나의 미래에 관한 힌트 중 하나는 (코타나) 개발을 담당하는 경영진의 배경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사장 아쇽 쿠푸사미는 25년 동안 이 회사의 생산성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왔다. 오피스(Office)를 시작으로 쉐어포인트(SharePoint), 기업 검색(Enterprise Search)를 거쳐 코타나 직전에는 아웃룩 및 팀즈의 생산성 기능을 맡은 바 있다.
그는 현재의 코타나를 두고 ‘아웃룩 및 팀즈와 함께 사용하는 개인용 생산성 비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미래에는? 쿠푸사미에 따르면 스마트 홈 제어, 음악 재생 등의 작업을 수행하는 것에 관한 원대한 계획은 없다. 코타나는 (앞서 언급한) 두 제품을 시작으로 사용자가 마이크로소프트 생산성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더 효율적이고 더 스마트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쿠푸사미는 “고객 중심적인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라면서,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들이 일정 관리, 회의 지원, 커뮤니케이션 등의 영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개인용 생산성 비서를 원한다는 사실을 포착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하루 종일 사람들은 읽어야 할 것, 찾아야 할 파일, 연락해야 할 사람, 준비하고 참석해야 할 회의 등에 정신없이 휩쓸린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된 이 하이브리드 환경에서 정보 과부하를 겪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모든 것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생산성 비서가 필요하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는 회의 일정을 잡고 참석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예를 들어 아웃룩에서 예약된 회의가 있다면 아웃룩을 열고 참석할 회의를 찾은 다음 ‘참석(Join)’ 버튼을 누르는 대신, 코타나에게 ‘다음 회의에 참석’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부하 직원과 회의를 예약하고 싶은 경우 ‘수요일 오전 9시에 누구와 회의를 예약해’라고 말하면 코타나가 이를 확인하고 해당 요일과 시간에 회의를 예약한다. 음성 대화를 통해서 예약을 수행할 수도 있다. 코타나가 적절한 시간을 제안하면 그중에서 선택해 답하면 되는 식이다.
이 밖에 쿠푸사미는 “‘코타나를 더 수준 높은 작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코타나에 관한 나델라의 이메일을 보여줘’라고 말하면 메시지와 이메일을 필터링하고 검색하는 등이다”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변인은 “코타나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아웃룩, 마이크로소프트 투두 등을 포함한 생산성 애플리케이션의 기본 구성 요소다. 생산성 앱에서 코타나의 이름을 불러 호출할 필요는 없다. 대신 애플리케이션에서 마이크를 선택하고 원하는 스킬을 호출할 수 있다. ‘잰에게 이메일을 보내’ 같은 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코타나는 아웃룩 모바일 앱에서 빛을 발한다. 여기에는 이를테면 관련 문서를 찾아주거나 또는 ‘앨리슨과 그의 상사에게 내가 늦는다고 이메일을 보내’ 등의 자연어 명령을 통한 작업 수행 기능이 포함된다. 최근 수신한 이메일 중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읽어주는 등의 기능도 있다. 팀즈에서 코타나를 사용하면 팀 회의 참여 또는 종료, 회의 인원 추가 등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AI를 활용해 회의에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도 있다.
사소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쿠푸사미에게는 이것이 코타나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즉, 화려하진 않지만 코타나가 사용자의 업무를 지원하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현재 마이크로소프트의 과제는 사용자에게 코타나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겸손하게 음성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곳 그리고 활용할 수 없는 곳을 알려주고 싶다. GUI를 대체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자연어 인터페이스가 적절한 작업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쿠푸사미는 코타나와 그 미래를 이야기할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술 대기업이 제품 계획을 말할 때 듣기 어려운 단어다. 이 회사에서 만능 음성 비서가 아니라 명확하게 정의된 몇 가지 일상적인 작업의 생산성 향상을 목표로 코타나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어서 그는 코타나가 사용자의 명령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는지에 관한 기대치를 관리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사용자는 코타나가 이해할 수 있는 것과 작업을 요청하는 적절한 방법을 어느 정도 교육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구체적인 미래의 코타나 계획을 밝히진 않으리라 예상된다. 하지만 이 회사의 한 대변인은 “커뮤니케이션, 후속 연락, 검색, 일정 관리 등의 생산성 시나리오에서 코타나를 적용해 나갈 것이다. 추천 답변 및 스마트 액션 등을 제공하는 임베디드 인텔리전스도 강조할 예정이다. 아울러 개발자가 ‘개인화되고 지능적인 경험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다음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장기적인 코타나 계획이 무엇이든 상관없이 단기적으로 보면 이 제품은 어려움에 처해 있다. CCS 인사이트의 수석 애널리스트 안젤라 아쉔덴은 “코타나가 애플의 시리, 아마존의 알렉사와 경쟁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이나 아마존처럼 소비자에게 집중하기 않았기 때문이지만 노트북에서의 비서 개념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스피커만큼 관심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윈도우에서 코타나와 검색을 결합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라고 언급했다.
포레스터의 애널리스트 윌 맥컨 화이트는 음성 비서를 사용하면 다양한 작업을 더 쉽게 수행할 수 있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서, “(이를 통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코타나는 기존 버전에서 너무 많은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생산성 강화 도구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서 그는 “코타나 브랜드는 개인 또는 기업을 대상으로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요청에 응답하고 처리하는 속도가 느렸다. 그리고 많은 IT 전문가가 윈도우 10 설치 시 코타나가 등장했던 것 때문에 코타나를 싫어한다. 수백 대의 노트북을 프로비저닝하면서 ‘안녕하세요. 저는 코타나입니다!’라는 말을 온종일 최대 볼륨으로 듣고 있으면 누구든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의도하지 않은 브랜드 손상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윈도우 10에서 사람들은 코타나와 윈도우 검색의 차이점 때문에 혼란스러워했고, 이에 따라 코타나를 다시 한번 사용해 보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맥컨 화이트는 언급했다. 그렇지만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 “음성 명령의 인식률 등을 개선하고 작동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코타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제품의 기능을 대대적으로 축소했고, 마이크로소프트 365 생산성 제품군의 부속품으로 명확한 목표를 설정했다. 가까운 미래 그리고 아마도 영원히 이는 소비자 제품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몇 년간의 실패를 내딛고 사람들과 기업들이 이 디지털 비서를 다시 한번 사용해 보도록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가 코타나를 정말 유용하게 만들 수 있고, 코타나가 생산성을 확실히 향상시킨다면 충분히 이 제품을 부활시킬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타나의 음성 인식률을 높이고, 팀즈 및 아웃룩뿐만 아니라 나머지 마이크로소프트 365 생산성 제품과도 이를 연계시켜야 한다. 또 코타나의 단점에 실망한 사람들을 다시 유인해야 한다.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