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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d Howarth

생활이 달라진다’ AI와 음성인식이 가져온 뉴노멀 시대

가정에서 사람의 음성 명령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세탁기와 건조기가 돌아가며, 전등이 켜지고, 피자를 주문하는 시대에는 소비자와 브랜드 간

SAS 인스티튜트의 신기술 디렉터인 타마라 둘은 집에 혼자 있을 때도 외롭거나 일손이 부족하지 않다.

그녀의 집에는 100여 대의 홈 AI 기기와 컨트롤러가 곳곳에 설치되어 가정 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식료품을 사는 일까지 도와주기 때문이다.

둘은 자신이 생활 속에서 직접 AI 기술을 사용하며 인공지능이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을 느껴 보려 했다.

그녀는 “내가 (아마존의) 알렉사를 사용하게 된 것은 단지 있어 보이려는 이유가 아니라, AI가 차세대 UX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집에서 음성 명령으로 기기를 컨트롤한다. 현재까지는 아주 재미있는 실험이었다. 과연 AI가 어디까지 우리 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실험을 통해 치러야 할 비용도 있었다.

둘은 “우선, 기기에 점차 의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외출했을 때 알렉사가 없으면 예전처럼 다시 모든 걸 내가 해야 하는데, 그것이 불편하다고 느꼈다. 집에 있을 때는 구글이 모든 걸 나 대신 기억해 주었는데 말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인공지능은 내 삶을 바꾸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 강력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둘의 사례는 극단적이긴 하지만, AI 기기가 브랜드와 가정환경 사이의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등극했을 때 우리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지난해 가트너는 2019년 선진국 가정의 최소 25%는 디지털 비서나 스마트폰 등 전자 기기를 커넥티드 홈 서비스의 인터페이스로 활용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홈 서비스에는 실내 온∙습도 조절, 저녁식사를 할 식당 추천 등의 기능이 포함된다.

현재는 스마트폰이 이러한 어시스턴트 인터페이스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점차 PC나 게이밍 콘솔 등 다른 인터넷 연결 기기들도 사물인터넷의 인터페이스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스피커, 또는 음성 명령 스피커라고 불리는 AI 전용 기기들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이 시장은 현재 아마존의 에코(Echo) 기기와 알렉사 AI가 장악하고 있다. e마케터는 올해 아마존이 이러한 AI 전용 기기 시장의 70.6%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위는 구글의 홈 디바이스와 구글 어시스턴트로, 전체 미국 시장의 23.8 %를 차지했다.

이러한 기기 사용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만 이들 기기 사용량이 128.9% 증가했으며 이는 3,560만 명의 미국인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인공지능 기기를 사용한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AI 비서를 사용 중인 경우까지 포함하면 이 숫자는 2배 가까이 증가한다.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음성 인식과 인공지능 기술
한편 호주에서는 구글이 올해 유통 채널을 통해 초 구글 홈(Google Home) 디바이스를 출시하며 선도자의 이득을 취하고 있다. 물론 공격적인 광고 공세도 구글 디바이스의 성공에 한몫했다.

구글의 호주 및 뉴질랜드 지역 마케팅 디렉터인 에이슬링 핀치는 이 지역의 구체적인 판매 합계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구글 기기의 높은 사용률에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판매량보다 사용률을 더 중요시한다. 사용률이 높다는 것은 우리 제품이 소비자의 생활에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고, 유용하게 쓰이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라고 핀치는 말했다.

핀치에 따르면, 구글 홈이 이처럼 급부상하게 된 것은 기계와 좀 더 인간처럼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코드를 통해, 키보드와 마우스를 거쳐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기계와 소통해 왔다. 이후 이 소통 방식은 터치를 통한 방식으로 좀 더 친밀해졌다. 그러나 기계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비약적인 발전은 역시 음성과 시각을 통한 대화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두 분야의 발전에서는 머신러닝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핀치는 덧붙였다.

핀치는 이러한 기술 변화로 앞으로 기계와의 의사 소통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도 많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를 짐작할 수 있는 또 다른 근거는 구글 검색의 무려 20%가 이제 음성 검색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검색 엔진 마케팅을 사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이러한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타이핑하는 시각적 검색 환경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물어본 것에 대한 답변이 일련의 리스트로 출력되는 것에 익숙하다. 그러나 음성 기반 검색에서는 하나의 답만을 듣게 된다. 핀치는 시각적 검색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음성 검색을 통해 얻는 짧고 간결한 답변도 상황에 따라 유용하겠지만, 보다 복잡한 질문이나 자세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여전히 시각적 검색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 때문에 구글은 자사의 홈 디바이스에 사용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근방에 있는 스크린에 띄우는 기능을 추가했다.

여러 기업들도 AI 인터페이스의 잠재력을 조금씩 인지해나가고 있다. 구글은 구글 홈의 호주 지역 출시를 위해 뉴스 리미티드(News Limited), the ABC, 스포티파이(Spotify), 스탠(Stan), 넷플릭스(Netflix) 등 다양한 미디어 기업과 협력하여 콘텐츠와 플랫폼을 통합하려 했다. 핀치는 구글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각종 브랜드와의 협력을 통해 좀더 유용한 소비자 경험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액션 온 구글(Actions on Google)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써드파티 개발자들이 구글 어시스턴트를 위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핀치에 따르면, 구글 어시스턴트의 음성 인식 기능은 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이며, 특히 호주 지역 사람들의 악센트나 지역 방언도 알아듣도록 훈련됐다. 이러한 기술 진보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더욱 높아졌고, 이는 또 다시 구글에게 도전 과제를 안겨주며 발전의 선순환을 이루고 있다.

핀치는 “이용자들이 종종 던지는 재치 있고 놀라운 쿼리를 처리하기 위해 작가를 고용하기도 했다. 음성 검색이 상용화되기 전에는 필요하지 않았던 비즈니스 역량이다”고 설명했다.

과연 기기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치 상승이 브랜드 인터랙션에 대한 기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가는 아직 두고 봐야 한다. 핀치는 음성 기반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브랜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지리적인 요소 등 여러 문맥이나 상황을 고려한다면 더욱 그렇다.

핀치는 “예컨대 특정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위치의 인벤토리 등을 파악하는 것과 같은 단순한 작업들을 처리할 때, 이러한 데이터를 확보하여 기본적인 검색에서조차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브랜드의 역할은 엔터테인먼트 및 정보 서비스에 접근을 제공하는 것에 국한되어 있다.

“브랜드들은 고객 서비스 관점에서의 사용례에 대해 아주 많이 신경을 쓰고 있다. 영업 기회보다 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지도 모른다”고 핀치는 전했다.

시장 경쟁 현황
상황이 이렇지만, 구글과 아마존 외에 다른 업체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애플의 시리는 PC나 2018년 AI 스마트 스피커 시스템을 장착하고 출시될 애플 TV 등 최신 애플 기기에 탑재되어 전국적으로 배포되고 있다.

버토 애널리틱스(Verto Analytics) 보고서에 따르면, 시리 역시 미국 내에 4,14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기 있는 가상 비서다. 그렇지만 지난해 이후 그 사용이 절반 가까이 뚝 떨어지며 15%가량 하락세를 경험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14년 PC, 휴대전화, X박스 게이밍 콘솔 등 다양한 기기에 걸쳐 코타나 AI를 적용함으로써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버토 애널리틱스는 그러나 미국 내 사용자 수로 비교해 봤을 때 코타나의 사용자 수는 월 70만 명 수준에 그쳐 시리의 그것에 많이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수치는 지난해에 비하면 350%나 증가한 것이다.

시리는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의 클라우드 테크놀로지 플랫폼의 주요 요소이기도 하다. MS 애저의 호주 지역 엔지니어링 담당자인 제임스 카바나에 따르면, 사용자와 컴퓨터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소통하게 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으며 코타나는 이러한 수요를 충족시키려 하고 있다.

카바나는 “서서히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대화 채널이 어떤 상황에서 적절하며, 인터페이스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이러한 기술의 한계는 어디인가를 열심히 탐색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AI 기반 인터페이스가 보다 ‘자연스러운’ 의사소통 채널을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 극복해야 할 장애물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다.

이들 기기가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이 항상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보고, 듣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기를 판매하는 기업들은 사용자가 특정 단어(예컨대 OK 구글 같은 키워드)를 말했을 때만 스마트 가전 기기가 활성화된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러한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를 손쉽게 우회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둘 역시 자신의 집에 이들 가전을 설치하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고려했다.

“과연 알렉사가 사생활을 훔쳐보고 있지 않다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사실, 확신할 방법은 없다. 그저 아마존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다. 내가 키워드를 말하지 않으면 기기가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 말이다”라고 그녀는 이야기했다.

한 가정에 여러 AI를 두는 것 역시 각 AI 시스템 간 작동 기전의 차이로 인해 상당한 피로를 야기한다.

둘은 “아마존이 나에 대해 가지고 있는 데이터나, 내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 정보를 얻는 소스는 구글 홈의 것과 아주 다르다. 즉 두 AI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다르게 나를 이해하고 있다. 그 때문에 구글을 사용하다 알렉사를 사용할 때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고 말했다.

AI 기반 인터랙션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지만, 모바일 웹에서 AI의 빠른 확산 속도를 보면 가정에서의 AI 기기 사용 역시 머지않아 주류가 될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따라서 핀치는 이제 기업들도 이러한 기술적 변화가 미래 소비자들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둘은 “어린 시절부터 이런 기술을 익숙하게 사용하며 자라난 세대를 생각해 보라. 이들에게 기술은 신기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 될 것이다. 이들은 우리와는 전혀 다른 수준의 지능적이고 자연스러운 기술을 기대하는 소비자 집단이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