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는 문화적 기반으로 ‘회복탄력성’이라는 단어가 부상하고 있다. 탄력적인 IT 조직을 만드는 방법부터 이러한 핵심 역량을
불확실한 시기 속에서도 CIO는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가속하는 동시에 조직 전체의 원격근무 전략을 신속하게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번 위기는 어려운 과제를 견디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IT 문화가 필요하다는 증거가 됐다. 또한 ‘회복탄력성’을 단기 속성으로 배우는, 혹은 이에 관한 교훈을 힘겹게 얻는 과정이 되기도 했다.
시스코 CIO 재키 구이체라르는 “전 세계 모든 기업에게 지난 몇 달은 거대한 ‘사회적 실험’과 마찬가지였다”라면서, 이를 통해 원격근무가 사무실 근무만큼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리더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리더가 이 새로운 업무 방식과 여기서 나타나는 특정한 행동들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새로운 현실에서 기존 전략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조언했다.
여기서는 탄력적인 IT 조직을 만드는 방법부터 이러한 핵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리더십 관행을 조정하는 방법까지 여러 IT 리더들의 조언을 들어본다.
1. 사람을 우선시하라
미국 뉴욕의 통합 헬스케어 시스템 업체 마운트 시나이 헬스 시스템(Mount Sinai Health System)의 부사장이자 CIO인 크리스틴 마이어스는 “불확실한 시기에서도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핵심은 ‘회복탄력성’이다”라고 전했다.
마이어스를 비롯한 많은 IT 리더는 지속적이면서 개방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아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어스는 “모르는 것이 가장 나쁘다. 팀원들과 솔직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은 변화를 준비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때때로 나쁜 소식을 전달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이런 소식을 다른 사람이나 수단이 아닌 자신의 리더에게 직접 듣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구이체라르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는 ‘공감 리더십(empathetic leadership)’의 중요성을 부각시켰다. 그는 “탄력적인 IT 문화에서는 ‘사람’을 우선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첫 번째다. 직원들이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부동산 애널리틱스 기술 회사 클리어 캐피탈(Clear Capital)의 CTO 래리 로빈슨은 직원들의 ‘정서적 복지’를 항상 신경 써 왔지만 코로나19 위기 이후 ‘새로운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걱정 없이 서로에게 반대 의견이나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을 공동 운명체로 보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배려하는 사이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도는 직원들의 공감을 얻었다. 로빈슨은 계속해서 이 부분에 집중할 계획이라면서, “경영 관련 서적이나 글에는 ‘애정 어린(loving)’ 환경을 구축하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실제로도 이런 말을 사용하기 꺼리는 것과 같다. 하지만 가족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사랑이다. 직장에서도 단결을 위해 이런 말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이는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텍사스 론 스타 칼리지(Lone Star College)의 서비스 부문 부책임자 겸 CIO인 링크 알랜더 또한 “이러한 부분에 관심을 쏟아야 한다”라면서 여기에 동의했다. 이어서 그는 “리더라면 직원들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이해하고 지지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구이체라르는 업무 외 일을 이야기하는 시간과 자리를 마련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평소 사무실에서 이렇게 한다. 재택근무 시에는 이런 시간을 더 신경 써서 만들고 있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이는 직원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구이체라르는 “팀을 단결시켜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라고 강조했다.
2. 연결을 유지하라
사무실 폐쇄로 인해 원격 연결의 필요성이 커졌고, 자연스레 원격 미팅의 횟수도 크게 늘어났다. 따라서 탄력적인 조직을 만들려는 IT 리더라면 번 아웃과 줌 피로(Zoom fatigue)를 예방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 2020.05.20 . 칼럼ㅣ‘줌’으로 인한 피로(Zoom fatigue)는 현실이다
구이체라르는 현재 EU와 아시아에 분산돼 있는 글로벌 IT 팀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출장이 줄면서 북미 외 지역에 있는 직원들의 업무 시간이 더 길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3~4월, 북미 외 지역 직원들이 미국 동료를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나거나, 밤늦게 일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경우만 제외하고 금요일 회의를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라고 말했다.
또한 구이체라르는 업무 지시 및 점검 등을 위해 이메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는 “단순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 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따라서 여러 내부 공동체와 연결하는 다양한 방법을 찾으려 시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로빈슨도 그 어느 때보다 미팅을 많이 하고 있지만, 미팅 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개인적인 미팅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에 15분 정도 할애하는 점검 미팅을 몇 차례 갖고 있다. 그리고 가상으로 점심 식사도 함께한다. 13명의 부하 직원과 매주 월요일 점심을 함께하면서 업무는 물론 여러 이야기를 듣고, 정보를 공유한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평소라면 휴게실에서 하던 잡담을 대체하는 방법이다. 로빈슨은 “이 방법이 관계를 기존과 동등한 수준으로 유지할지 또는 강화할지를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신경 써서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무실 폐쇄로 커뮤니케이션 방법이 바뀐 것처럼 IT 리더 역시 커뮤니케이션 접근 방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로빈슨은 “과도할 정도로 많은 커뮤니케이션, 지속적인 점검 등 이전처럼 정보와 전후 상황을 쉽게 전달할 메커니즘이 없다. 따라서 모든 것에 더 신중해야 하고,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편 이는 동시에 IT 리더십이 ‘24시간 내내’ 이어지도록 만들기도 한다. 로빈슨은 “낮엔 내 팀과 직접 보고를 위해 대기해야 한다. 내 업무는 저녁과 주말에 처리한다. 이게 흔한 패턴이 됐다”라고 말했다.
3. ‘공통 목적’을 찾아라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목적’은 좋은 동기 부여 요소가 된다. 오늘날 IT 조직에서 이러한 ‘목적’을 가장 잘 만들 방법은 비즈니스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미국 금융서비스 회사 노던 트러스트(Northern Trust)의 기업 및 기관서비스 부문 CIO 제프 맥카터는 사람들이 비즈니스와 연관돼 있고, 이해관계가 있다고 느끼는 것과 회복탄력성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과 비즈니스가 밀접히 연결돼 있어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프로젝트를 단순히 진행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제품이나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사일로화된’ 사고방식에 가깝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노던 트러스트의 IT 팀은 애자일 기법을 활용해 IT와 현업 부문이 ‘한배에 탈 수 있도록’ 업무의 틀을 마련한다. 맥카터는 “폭풍우가 닥치면 모두 함께 협력해 방향을 틀어야 한다. 이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애자일 기법은 노던 트러스트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하는 일의 결과를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이는 아주 중요하다. 맥카터는 “사람들이 소속감을 느끼고, 그 결과에 이해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적절한 사고방식과 태도를 갖도록 도와준다”라고 전했다.
현업 부문과 협력해 공통 목적을 추구하려면 ‘소프트스킬’이 필요하다. 캐나다 토론토의 CAMH(Centre for Addiction and Mental Health) IT 팀은 임상의와 협력해 업무를 한다. CAMH의 최고 프라이버시 책임자이자 CIO인 다미안 잔코비츠는 협력에 필요한 소프트스킬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그는 “비전문가 관점에서 기술적 제약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능력, 솔루션을 제안하는 능력,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 현재 다루고 있는 많은 문제와 관련돼 있다. 또한 기술을 워크플로우에 매끄럽게 부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4. 역량 개발을 지원하라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은 ‘협업’ 혹은 ‘협력’에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구이체라르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 브레인스토밍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가속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하는 회의에는 무언가가 있다. 서로 눈을 쳐다보고 감정과 반응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상회의라면 말이 달라진다. 40명이 함께 가상회의를 한다고 생각해보자. 상대방을 볼 순 있지만 제대로 소통되는지가 불투명하다”라고 지적했다.
구이체라르는 미팅을 더 작은 규모로 열어 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엔터프라이즈 보안팀의 한 직원은 시스코의 데이터센터 통합에 따른 멀티 클라우드 전략 계획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적이 있었다. 구이체라르는 해당 직원이 ‘보안 측면’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이는 멀티-클라우드 전략 개발을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는 “이런 일이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더 많은 역할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커리어 패스를 넓힐 기회를 줄 계획이다. 또한 직원들이 스스로 리스킬링할 수 있도록 업무 아키텍처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는 직원들이 역량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로빈슨은 직원들의 개인적인 일에 개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진 않지만, 지금 같은 시기에는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직원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아 서로를 챙기고 허물없는 관계를 구축하도록 장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5. 상호 존중하라
회복 탄력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내부 구성원이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 리더 역시 신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리더가 IT 팀의 니즈에 귀를 기울이고 대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DHL 북미 공급망 부문 CIO인 샐리 밀러는 직원 만족도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 회사는 매년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토대로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진행하고, 팀을 구성해 문제를 해결할 액션 플랜을 수립한다.
밀러는 “1년 내내 팀들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지속적으로 문화를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기 위해서다. 작은 일이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라고 말했다.
디지털 컨설팅 회사 SPR의 솔루션 딜리버리 부문 부사장 저스틴 로덴보스텔은 리더가 직원들의 불확실성을 잠재울 때 탄력적인 문화가 조성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SPR의 경우 회사가 어떻게 어려운지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떻게 적응해야 할지를 말한다. 이를테면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회사가 내린 결정, 그 이유, 이 여정에 동참하는 직원들에 대한 고마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CIO와 IT 리더가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면 점심시간, 휴식시간, 아이들을 돌보는 시간, 업무를 끝낼 시간 등 일종의 루틴을 만들어 지키도록 장려하는 방법이다. 로덴보스텔은 “이 방법으로 인해 업무 리듬이 만들어졌다. 직원들은 언제 업무를 멈추고, 언제 가족과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또한 SPR 리더들은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대체할 시간을 마련해 사람들 간의 연결에 활용할 계획이다.
로덴보스텔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연결이 끊기기 쉽다”라면서, “모든 사람이 현재 직면한 일을 헤쳐나가느랴 숨돌릴 틈이 없긴 하다. 그러나 팬데믹은 현대적인 직원 경험과 업무 장소가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는지, 새로 기대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검토할 기회를 줬다”라고 말했다.
6. 스스로를 챙겨라
이렇게 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IT 리더는 자신을 챙기는 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마이어스에 따르면 원격근무로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번아웃을 방지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는 “번 아웃 방지 차원에서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 시간을 지정해두고 있다. 또한 웰빙에 집중할 PTO 시간을 정해두고 있다. 직원들에게도 이를 장려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로빈슨은 “솔직히 원격근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면서, “지난번에 디렉터 중 한 명에게 금요일과 월요일에 쉬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가 ‘어디 갈 곳이 없다’라고 반문했다. 우리는 새로운 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활기를 찾는 데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잊어버렸다”라고 전했다.
이제는 상황이 나아졌다. 로빈슨에 의하면 해당 디렉터는 주말 동안 조경과 장식장을 만드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건강 또한 챙기고 있다.
일부 IT 리더는 역량 강화를 통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이를테면 알랜더는 서비스나우(ServiceNow) 관리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이 자격증이 플랫폼 이해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이체라르는 팬데믹 이후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여가 활동 시간도 함께 늘려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
그는 “오후에 휴식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과거에는 이렇게 한 적이 없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밖에 나가 골프를 하면서 머리를 비우는 게 큰 차이를 만든다”라며, “요리도 더 많이 한다. DJ가 되는 방법도 배우고 싶다. 10년 전부터 꿈꿨던 일이다. 시스코는 내년 1월까지 출근하지 않는다. 5~6개월을 더 집에 머물러야 한다. 따라서 이것이 나의 다음 도전과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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