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방대한 보유 데이터를 활용해 규제 준수뿐 아니라 고객 참여도 및 운영 효율을 개선할 수 있는 AI 기술에 주목하고 있
진짜 이득을 더 얻는 쪽이 고객인지 아니면 은행 자신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며, 결과는 규제 당국의 감시에 달려 있다. 인터넷의 아버지 팀 버너스리는 AI 시스템이 금융계 일부로 포함될 가능성과 이것이 시스템의 공정성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바로 최근에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주요 은행들은 최첨단 AI 및 머신러닝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계획일까? 몇 가지 예를 소개한다.
사기 방지
금융 업계에서는 주로 사기 방지 및 준법 개선을 목적으로 머신러닝을 활용해 왔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방대한 거래 데이터 속에서 이상 행위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에 안성맞춤인 기술이다.
올해 초 로이드 금융 그룹(Lloyds Banking Group) 빅데이터 최고 공학자 앤드류 맥콜은 “[사기]에 대해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다면 뭔가 대처할 수 있다. 어제 발생한 사기를 오늘에서야 파악하는 것은 사기 방지 메커니즘만큼 효과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HSBC 회장 더글라스 플린트는 4월 처음 개최된 국제 핀테크 회의에서 “AI 및 머신러닝을 활용해 금융 시스템을 감시한다면 고객과 우리 자신을 더 잘 보호할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알고리즘 거래
은행들은 1970년대부터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해왔다. 이는 1987년 ‘검은 월요일’ 주가 폭락 사태에 일부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AI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자연스럽게 은행들의 시선은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로 향하고 있다.
올 4월 바클레이(Barclays) 그룹 혁신 책임자 마이클 하티는 금융에서 AI가 활용되기 가장 쉬운 부분은 ‘대규모 알고리즘 거래’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방대한 양의 고속 데이터를 활용해 경쟁자를 제치고 고객에게 더 나은 제품과 가치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하티가 말한 고객이란 일반적인 소비자 금융 고객이 아닌 바클레이의 투자 고객임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몇몇 은행이 어떻게 전자 초단타 거래를 통해 미국 증권시장을 ‘조작’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마이클 루이스의 저서 <플래시 보이스(Flash Boys)>를 참고할 수 있다.
AI로 운용되는 펀드
영국 헤지펀드 맨 그룹(Man Group) 역시 지난 1년 간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펀드 일부에 대한 투자 전략을 규정해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2017년 9월 블룸버그(Bloomberg)는 다음과 같이 전했다. “2015년까지 인공지능은 맨 그룹의 최대 펀드 중 하나인 AHL 디멘션 프로그램(AHL Dimension Programme)의 수익 중 절반 가량에 기여했다. 이 펀드는 전체 자산 중 AI로 관리하는 부분이 적은데도 현재 운용 금액이 51억 달러에 달한다.”
머신러닝 시스템은 전세계 컴퓨터의 상세한 거래 정보를 비롯한 수백만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샅샅이 뒤진다. 인간이 볼 수 없는 패턴을 찾아내고 자가 수정을 통해 개선 및 시정 변화에 대한 적응을 계속함으로써 스스로 돈벌이 전략을 알아낸다.
또한 블룸버그는 맨 그룹을 비롯한 업계 전체가 AI를 활용해 “가장 빠른 거래 실행 방법을 찾아내고 시장 움직임을 예측하며 보도 자료 및 금융 보고서에서 주가 등락의 단초가 될 키워드를 찾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로보 어드바이스
로보 어드바이스(Robo-advice)와 투자 기회의 대중화는 오랫동안 핀테크 신생기업들, 예컨대 영국에서는 특히 넛메그(Nutmeg), 머니팜(Moneyfarm)과 같은 기업들의 영역이었다.
대형 은행 역시 가담하고 시작했다. UBS는 영국에서 스마트웰스(SmartWealth) 제품을 출시하고 있으며 냇웨스트(Natwest)는 11월 인베스트(Invest)라는 로보 어드바이스 서비스를 단돈 500파운드에 출시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고객에게 정해진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고객의 위험 분류를 설정하고 고객의 자금을 포트폴리오에 투자한다. 일반적으로 위험이 낮은 상장지수펀드(ETF)들이다.
이 과정이 자동화되면 개별 펀드매니저들이 필요하지 않게 되고 투자 관련 수수료는 낮아지므로 더 많은 고객을 은행에 유치할 수 있다.
로보 어드바이저들은 고객들이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접근할 수 있게 해 주고 챗봇을 통한 지원 및 고객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에 이런 서비스 제공에 소요되었던 비용 역시 절감된다.
실시간 거래 분석
구형 IT인프라를 대량 보유한 주요 은행에게 실시간 거래 추적 능력은 과거 오랫동안 문제였다. 그런데 지연 없이 거래 추적이 가능하도록 데이터를 준비하면 은행의 고객 파악에 도움이 된다. 그뿐 아니라 이 데이터를 활용한 AI 및 딥러닝을 통해 시간의 경과에 따른 고객의 소비 습관을 파악하여 개인 맞춤식 부가가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
최근 이 문제를 연구해 온 로이드 데이터 과학팀은 거래를 거의 실시간으로 추적할 방법을 찾아냈다. 로이드 금융 그룹 빅데이터 최고 공학자 앤드류 맥콜은 은행 내에서 거의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머신러닝 측면은 물론 고객 응대와 고객에게 금융에 대한 통찰력 제공을 개선할 방법 측면에서 많은 기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자금세탁 방지
HSBC는 2012년 자금세탁으로 19억 달러가 넘는 벌금이 부과된 후 자체 자금세탁 통제 기능이 미흡했음을 시인했다. 올해 초 은행 측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구글 클라우드(Google Cloud) 머신러닝 기능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HSBC CIO 대릴 웨스트에 따르면, HSBC는 머신러닝을 이용해 이 방대한 데이터에 대한 분석을 실행하고 있다. 웨스트는 “고객층 내에 범죄 활동처럼 보이는 것을 밝혀내기 위해 데이터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엄청난 연산 능력이 동원되고 있다. 파악된 패턴은 담당 기관에게 전달되고 공조를 통해 범인을 추적해 잡아낸다”고 밝혔다.
영국의 컴플라이 어드밴티지(Comply Advantage)와 같은 신생업체가 입증하려고 하는 것은 AI를 자금세탁 추적에 응용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AI는 특히 금융 거래와 같은 대량 데이터 내에서 이상 행동을 찾아내는 것에 매우 능하기 때문이다.
개인 맞춤형 추천
바클레이 그룹 혁신 책임자 마이클 하티는 은행이 고객에게 좀더 맞춤형으로 더 나은 금융 상품을 만들어 추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AI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다.
그는 이 기술을 가장 반기게 될 것은 은행 내 ‘고객 제품 및 서비스 개발 유지’ 담당자라고 말했다. 이어서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 상품을 파는 대신 개인에게 특정 알고리즘을 맞춤식으로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영국의 트러슬(Trussle), 하비토(Habito) 같이 고객에게 최고의 담보 대출 상품을 찾아주기 위해 머신러닝 알고리즘 활용을 추진하는 신생기업들이 이미 늘어나고 있다.
여신 신청
은행들은 개인이나 기업 여신 신청자를 분석하고 사전에 정한 한도에 따라 승인하는 작업에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할 수 있다. 이 알고리즘은 고객의 신용 점수, 나이, 우편번호를 확인하는 것만으로 몇 초 내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단, 알고리즘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공정하지 않을 가능성과 은행 AI에서 내린 결정에 대해 은행 측의 설명을 듣는 것이 보기만큼 간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 브렌트 미텔스태드는 가디언(The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서 “감시 단체의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게 할 방법이 분명치 않다.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은 예측 불가능하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며 이해하기가 심지어 개발팀에게도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챗봇
스코틀랜드 왕립은행(RBS)은 루보(Luvo)라는 고객 서비스 챗봇을 개발했다. 작년 시험 사용을 거쳐 2017년 고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자연어 처리 AI봇인 루보는 RBS, 냇웨스트, 얼스터(Ulster) 은행 고객의 질문에 답변하고 이체 등 간단한 은행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루보가 답변을 찾지 못하면 직원에게 고객을 넘긴다.
왕립은행 측은 루보가 “왓츠앱 유형의 상호작용을 통해 고객에게 말을 건다”고 설명하고 시리나 이케아의 애스크 애나(Ask Anna) 같은 디지털 비서와 차별화되는 점은 맥락을 이해하고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투자 연구
영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스위스 은행 UBS가 투자 연구를 위한 AI 도구를 개발 중이다. 세계 최대의 자산 관리자인 UBS는 거의 사람 수준으로 투자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가상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있다.
UBS 그룹 혁신 AI 책임자 아니카 슈뢰더에 따르면 UBS는 “투자 애널리스트의 자질을 모방할 수 있는 가상 에이전트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시장 자료와 SEC 서류를 검토할 수 있으며 사람 분석가가 사용하는 모든 입력 자료를 활용해 실제로 기업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거의 사람을 흉내 낸 언어로 준수한 품질의 문장을 생산할 수 있다.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보면 된다.”
UBS는 아직 이를 실전 투입할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슈뢰더는 잠정 일정에 독촉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UBS는 AI 시스템의 다른 활용 방식도 연구 중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의 행동에서 편견을 배제하고 고객 파악(KYC)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기 위해서다. 고객 대면 챗봇 및 IT 티켓 해결 자동화 등도 포함된다. dl-ciokorea@foundryc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