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블록체인(Blockchain)의 도입 움직임은 마친 ‘10대의 섹스’와 같은 측면이 있다. 올 해 런던에서 열린 블록체인 엑스포(Blockchain Expo)에서 비영리 LRF(Lloyd's Register Foundation)의 식품 및 지속 가능성 부사장 빈센트 두이젤은 "모두가 이야기하지만 정작 하는 사람은 많지 않으며 하는 사람도 잘 못한다"라고 말했다.
머스크(Maersk), 호주 증권 거래소(Australian Securities Exchange), 루이드라이푸스(Louis Dreyfus), 센트리카(Centrica) 등 수십 개의 기업들이 어둠 속에서 더듬대고 있다. 시범 운영에서 완전한 생산 준비 블록체인으로 이행하는데 성공해 필수 프로세스를 대체한 기업은 거의 없다고 평가해도 무방한 상태다.
최근 EY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기업 DLT(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 블록체인의 또 다른 명칭) 영역은 분열되어 있으며 수십 개의 프로토콜 사양이 독립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런 네트워크의 대부분은 시험용으로 소규모 배치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참가자 수가 적고 업무에 필수적인 기업 시스템과 상호작용하지 않는 단순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구동한다.
그렇다면 블록체인 기술을 기업의 필수 업무에 준비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재 블록체인의 단점
확장성이 다방면으로 문제가 된다. 기존의 시스템과 비교하여 거래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더리움(Ethereum)과 비트코인 블록체인은 각각 초당 약 15개와 7개의 거래가 가능하다. VISA네트워크는 4만~5만 범위이며 IBM의 최신 메인프레임은 하루에 120억 회(초당 10만 회)의 암호화된 거래를 수행할 수 있다.
낮은 처리 속도 외에도 실제로 거래가 정당한지 확인하는 과정도 느리다. 현재 거래가 수락되었는지 확인하는데 약 20분이 소요되지만 시간 지연이 수 일까지도 길어진다. 이더리움의 경우 좀더 빠르지만 여전히 유의미한 규모를 원하는 기업들에게는 너무 느리다.
높은 에너지 비용도 또 다른 장애물이다. 북유럽의 자연 냉각 시설 트렌드 등 데이터센터 분야가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블록체인은 에너지 집약적이기 때문에 비용이 높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전체의 일일 에너지 비용은 20만 회 거래에 현재 약 1억 8,000만 KWh 수준이다. 이더리움은 현재 약 100만 회 거래에 하루 5,000만 KWh를 소비하고 있다. 비용과 탄소 발자국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려는 기업들은 이런 수준의 전력 효율성을 감내하기 어렵다.
물론 개방형 블록체인은 불가역성과 투명성을 중심으로 여러 이점이 있다. 그러나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로 인해 이더리움 플랫폼 전체가 느려질 수 있다는 점은 아직 황금기를 누릴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모두에게 개방된 모델이 여러 기업들에게 적합한 모델이 아닐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보안과 관련된 문제도 있다. 블록체인의 비즈니스 부가 가치가 2025년까지 1,760억 달러를 초과하고 2030년까지 3조1,000억 달러를 초과할 것이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가트너는 블록체인에서 수행하는 프로세서를 관리하는 규칙인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 규제 및 시험의 부재로 인해 “아직 비즈니스 세계에 적용할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분산형 DAO 투자 자금이 지금까지의 악명 높은 스마트 계약 사례이지만 이 또한 아직은 한 예에 지나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NUS SoC(School of Computing)의 연구에 따르면 3만 4,000개 이상의 기존 이더리움 스마트 계약에서 취약성이 발견되어(에테르(Ether)에서 2억 달러 가치) 해킹에 노출되어 있다.
블록체인 컨설팅 기업 스트라티스(Stratis)의 CEO 크리스 트루는 “때로는 스마트 계약에 코딩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안 프로세스와 감사에 대한 경험과 정밀 조사의 부재 때문에 다수의 스마트 계약 및 디앱(Dapp) 해킹이 출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 계약 보안 감사를 위한 툴이 존재하지만 블록체인 개발의 대부분의 측면과 마찬가지로 낯설기 때문에 전통적인 개발 툴과 잘 통합되지 않는다.
보안 부재는 해당 분야에서 역량 부재로 인한 더 큰 문제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인재에 대한 수요는 높고 공급은 따라가지 못한다. 새로운 개발 툴과 언어를 선택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시작하고 있다는 뜻이다. 관련된 기술을 보유하고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비트코인의 엄청난 가치 상승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렸을 것이기 때문에 구인이 쉽지 않다.
브라우저 전쟁과 비슷하다
블록체인 배치를 진지하게 고려하는 기업들의 또 다른 문제점은 다양한 옵션 중에서 선택하는 작업이다. 저마다의 특징과 기능이 다른 수십 개의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일부는 보안 개선에 집중하고 스마트 계약이나 사이드-체인(Side-chain)의 거래 속도나 배치에 집중하는 네트워크도 있다.
블록체인 자문 기업 뉴 알케미(New Alchemy)의 시장 조사 이사 갤런 무어는 현재의 상황을 수년 전의 웹 브라우저, 데스크톱 또는 모바일 플랫폼 전쟁에 비유했다. 일부 주요 참여자(여기에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가 시장 점유율을 두고 경쟁하고 있고 여러 소규모 틈새 참여자들이 발목을 잡고 늘어지고 있다.
무어는 “블록체인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리하면 대부분의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다. 가장 많은 개발자를 유입시키는 블록체인과 프로토콜이 생태계를 장악한다”라고 전망했다.
이더리움이 현재 시장 선두주자이며 그 이유는 스마트 계약을 제공한 최초의 체인이자 훌륭한 경영진과 개발팀 덕분이다. 하지만 무어와 트루는 거래 속도, 개발 용이성 등 시장 전제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신출내기가 이더리움을 방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 중인 블록체인 플랫폼으로는 네오(Neo), 웨이브즈(Waves), 스텔라(Stella), EOS, 스트라티스(Stratis), 헤데라 해시그래프(Hedera Hashgraph) 등이 있다. 일부는 기업들을 자체 플랫폼으로 유입시키기 위한 막대한 개발자 자금을 준비하고 있다.
무어는 “모두가 자체 플랫폼으로 가능한 많은 개발자를 유입시키고 해당 킬러 앱(Killer App)을 자체 플랫폼에서 개발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넷스케이프(이더리움의 비유)용으로 개발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 마이스페이스(Myspace) 앱을 개발하고 있다가 앞으로의 페이스북 기회를 놓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체인 자체 개발도 문제다. 반복되고 있는 비트코인 블록체인 네트워크 분기는 공공 체인이 항상 복잡성과 불안정성을 유발할 뿐 아니라 체인 운영 방식의 속성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것들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이를 통해 수익이 낼 수 있다는 사실은 추가적인 분리가 잠재적인 문제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동시에 시스템에서 변화를 부추기기 위해서는 커뮤니티 내의 합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요 네트워크의 변화 또한 느릴 수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기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이것들을 이행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라고 트루가 말했다.
그리고 심지어 무어가 말하는 “자애로운 독재자 모델”( benevolent dictator model) 하에 운영될지라도,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Vitalik Buterin)이 주도하는 이더리움 같은 꽤 안정적인 플랫폼이라 할지라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DAO 해킹 발생으로 인해 한 갈래가 생성됐고 커뮤니티 내에서 다른 것을 제안하고 있다. 사설 체인은 이런 변동성 중 일부를 줄일 수 있지만 대규모 불가역성 등의 일부 이점이 되는 측면을 잃게 된다.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한편으로는 블록체인의 강점 자체 역시 발전하고 있다. 여러 기업들이 투표 노드(Note) 중에서 합의를 유도하는데 도움이 되는 작업 증명/알고리즘 증명을 제거하고 이를 BFT(Byzantine Fault Tolerance)로 대체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BFT 알고리즘은 투표 시스템에 더 가깝고 작업 증명 요건을 없애면 에너지 비용이 낮아지면서 네트워크 성능이 개선된다.
성능 향상 외에도 블록체인은 사이드 체인 덕분에 더욱 유연해지고 있다. 사이드 체인은 부모에 부착된 별도의 체인이다. 오리지널 체인과 병렬로 실행되는 이런 사이드 체인은 메인 체인에서 얻은 데이터에서 프로세서를 실행한 후 결과 액세스를 소수의 신뢰할 수 있는 당사자들에게로 제한하는 등 다른 특성을 가질 수 있다. 이를 통해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할 수 있으며 핵심 체인을 깔끔하면서 성능에 최적화되게 유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해당 부문에서 성숙도와 기업 수준의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R3, 타이믈레즈(Tymlez), 심비온트(Symbiont), 인터빗(Interbit), 댑스(dApps inc.) 등이 바로 그런 기업이다.
이런 스타트업들의 중요한 문제점 중 하나는 정당성과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는 것일 것이다. 재정 확보를 위한 암호 화폐 기반의 대체재인 ICO를 제공했던 기업들 중 절반이 2017년에 이미 운영을 중단하면서 시장에서의 높은 변동성을 보여줬던 바 있다.
트루는 일부 ICO의 어두운 속성을 반증하는 예로 비트커넥트(Bitconnect)를 들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엑스포에 방문했을 때 비트커넥트도 전시 업체였다. 거기에서 돈을 지불하고 멋진 부스를 차려 놓은 것은 좋았지만 아무 것도 보장받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통적인 VC 재정 지원에서는 투자자로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여러 보호책이 있지만 이 분야에서는 그렇지 않다. 한 차원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문은 항상 성숙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3년이 매우 중요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2016년 런던에서 설립된 스트래티스는 기업 및 금융 서비스 시장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트루는 기업 컨설팅 경험이 있으며 유사한 수준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블록체인 부문에서도 제공하고 싶어한다. 그 이유 중 하는 개발 측면에서의 사용 편의성이다. 스트래티스의 플랫폼은 C#과 .Net으로 개발되어 개발자들이 비주얼 스튜디오 같은 산업 표준 툴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따라서 솔리디티(Solidity) 같은 블록체인 전용 언어와 툴에 능숙한 개발자가 부족한 문제를 극복하면서 스마트 계약과 분산된 앱(스트래티스 체인 또는 이더리움용)을 개발할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솔리디티의 경우 출시된 지 2-3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경험을 가진 개발자를 찾을 수 없다. 하지만 C#의 경우 경력 20년의 개발자를 찾을 수 있다. 기업 및 금융 서비스 개발 부문에서 지배적인 언어 중 하나이며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명의 개발자들이 이 언어를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기술을 기업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는 또 다른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헤데라 해시그래프다. 2016년에 설립된 텍사스에 위치하고 있는 이 기업은 자체 체인에서 초당 25만 회 이상의 거래를 약속하고 있다(앞서 언급했듯이 이더리움과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각각 초당 15회 및 7회 거래가 가능하다).
“수십만 개의 거래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빌 게이츠가 그 누구도 64MB 이상의 RAM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유명한 일화가 있다”라고 설립자 맨스 하몬은 말했다. 그는 이어 “더 많은 것을 제공하면 시장에서 그 활용법을 찾아낼 것이다. 분명 초당 수백만 또는 수천만 회의 거래가 필요한 시장이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헤데라의 사설 블록체인 제공물은 자바(Java)로 작성되어 있으며 하몬은 이를 통해 개발이 더 쉬워진다고 말했다. 또 그 어떤 독립체도 체인의 공개 버전에 대해 과도한 통제력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산업 부문의 39개 기업 조직들로 구성된 관리 위원회가 존재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단순히 은행들로만 구성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성숙한 (사설) 블록체인을 지향한다
기업의 니즈를 충족시키려는 각종 블록체인 스타트업 중 그 어느 누구도 아직 스스로가 기업 규모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자리를 잡은 많은 대기업들 또한 이 부문에 진출하고 있다.
액센츄어(Accenture), 딜로이트(Deloitte), 코그니전트(Cognizant), 캡제미니(Capgemini) 등의 대형 컨설팅 기업들은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VM웨어와 애피안(Appian) 같은 기업들은 블록체인을 더욱 잘 관리하고 통합하기 위한 툴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SAP는 자체 블록체인 서비스를 출시했으며 델 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는 서로 다른 측면에 집중하는 델(Dell), 델 EMC(Dell EMC), VM웨어, RSA, 피보탈 소프트웨어(Pivotal Software), 버추스트림(Virtustream), 시큐어웍스(SecureWorks) 등의 사업부를 통해 “기업 수준의 블록체인 스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VM웨어는 합의 알고리즘 멀티체인 관리에 집중하고 있으며 피보탈은 주로 스마트 계약 개발 개선을 진행하고 있고 델 부미(Dell Boomi)는 온체인(On-chain)/오프체인(Off-chain) 통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해 AWS, 오라클, IBM, 화웨이, 마이크로소프트, 바이두, 텐센트(Tencent), 버추스트림 등의 주요 클라우드 제공자들이 이미 블록체인을 하나의 서비스로 출시했거나 앞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리눅스 재단의 하이퍼레저 프로젝트가 이런 여러 BaaS(Blockchain as a Service) 서비스를 위한 기초가 되고 있으며 빠른 속도로 사설 블록체인을 위한 실질적인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순수주의자들은 사설 블록체인이 진정한 블록체인이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비트코인의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의 원래 목표에는 부합하지 않더라도 기업들은 필요에 따라 확장 가능하고 유연한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루는 “이런 대형 클라우드 제공자들이 기업들의 블록체인 배치를 간소화하고 가속화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고객 기반이 엄청나며 이런 고객 기반을 대상으로 블록체인을 판매할 수 있다면 좋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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